미술은 이미지로 기록된 역사이다. 

문자로 기록된 역사만큼 디테일하지는 못할지라도 미술로 기록된 역사에도 그 시대의 본질적인 정신과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술은 그 시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미래의 이야기와 변하지 않는 영원세계의 이야기까지 담아낸다. 

그래서 미술은 역사이며 예언이며 영성이다. 미술가들은 역사가이며 예연자이며 영성가들이다. 
    이미지로 기록된 역사를 읽어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배워야하고, 느낄 수 있는 예민한 촉을 가져야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 
    

미술의 나라에 20년을 살아오면서, 화가 성도들의 목회자로 살면서 나는 늘 갈증과 답답함과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갈증이라 함은 서양미술의 역사를 알고 싶은 것이다. 

책을 사서 읽어 보지만 어떤 책은 수필집같이 싱겁고, 어떤 책은 너무 방대해서 지루했다.  
    답답함이라 함은 작품을 읽어내고 작품에서 작가와 시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그것이 안 되는 것이다. 

작가들이나 나름 도가 통한 것 같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냥 보고 느끼세요!!”라는 허망한 대답만 들을 뿐이다. 
    미안함이라 함은 우리 교회 화가 성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을 하는 이들은 예배 중에 자신들의 전공으로 봉사하고 영광을 돌릴 수 있지만, 화가들에게는 좀처럼 그런 기회가 없다. 

목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보고 격려하는 것뿐이다.  
    

이런 저런 사연을 담아 지난주에 교육관에서 “기독교 미술사 특강”을 개최했다. 

독일에서 목회를 하면서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국내외 미술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는 임재훈 목사를 초청했다. 

작품을 보면서 초대교회부터 종교개혁시대까지를 미술해석학적 방식으로 진행했다.  

뭔가 갈증이 해갈되고 답답함이 풀려나가는 시간이었다. 은혜가 되어 아멘 할 뻔 했다. 

이번 특강을 시작으로 앞으로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어야겠다는 바램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