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소년기부터 가을을 많이 탔다. 가을이 되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허무해지고 우울한 감정에 휩싸이곤 했다. 그러다가 주님을 만나고 성령을 받은 후에는 신학을 하고 기도하고 사역하느라고 가을을 모르고 지냈다. 그런데 50대로 넘어가면서 가을이 느꼈다. 나이 드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일게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나이가 드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라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드는 것과 늙는 것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젊음과 늙음은 생각과 삶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젊은이들 가운데도 늙은 생각과 태도로 사는 애늙은이가 있고, 나이 든 사람들 중에도 맑고 밝게 살아서 청년처럼 젊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제 100세 시대를 살게 되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지금 까지 살아 온 날들만큼이나 남았다. 건강하게 청년의 마음으로 살지 않으면 너무 긴 세월이다. 젊은이들이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듯이 우리도 미래를 꿈꾸며 차근히 준비해야한다.
지난주에 빌봉 수양관에 들렀다. 노랗게 물든 단풍들이 나무에 매달려 그 자태를 뽐내고 일부는 잔디위에 떨어져 온 대지를 물들이고 있었다. 덕분에 주변이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풍광이 되었다. 봄에 피어나는 싱그러운 꽃들도 곱고 아름답지만 가을에 잘 물든 나뭇잎과 낙엽들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가 요즘 열심히 공부한다. 공부를 하면서 젊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나도 신학뿐만 아니라 미술사, 역사, 상담 심리에 대한 책을 읽으며 조금씩 새로운 분야를 정리하고 있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새로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
우리 교회는 청년들이 많다. 나도 청년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싶다. 머리 에는 흰 것들이 늘어가면서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만들어 가지만 마음과 정신은 청년들처럼 유지하여 누추해지는 인생을 면하고 싶어서다. 잘 물든 단풍 같은 중년을 살아내고 싶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