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책상에 앉아 나의 하루 일과를 기록해 보았다. 새벽기도 및 말씀 묵상, 아내와 은석이 학교 픽업, 설교와 칼럼 작성, 독서 및 연락하기, 건강 관리를 위한 수영 1시간을 하면 오전이 지나 버린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는 주로 밖으로 나가 활동하며 연락하고 만난다. 자동차 이동 중에는 YouTube를 통해서 역사 문화 예술 시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잠시 멈출 때는 수시로 개인 및 공동 카톡방을 통해서 소통하고 업무를 점검한다. 2주에 한번은 불어 교습을 받고 매일 불어 공부를 조금씩 한다. 불어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왜 이렇게 말이 늘지 않는지 그것이 놀라운 일이다. 그밖에 수시로 전화상담, 심방, 제자훈련, 예배와 각종 미팅, 교우들과 식사 등을 하며 저녁을 보낸다.


     나름대로 매우 바쁘게는 보내는데 혼자 이러고 다니니 일하는 것 같지 않을 때가 있고 뭔가 미흡하다고 느껴질 때도 많고 그래서인지 성취감도 떨어진다. 또한 불쑥불쑥 끼어드는 예정에 없던 일들과 갑작스런 방문자들로 리듬이 깨지면 그것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며 나름 대로 내 인생과 사역을 관리하려고 노력하지만 뭔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인생이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일까? 교회를 개척하고 지난 14년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 왔지만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내 삶을 반복하다 보니 불현 듯 허무한 생각이 밀려 올 때도 있다.


     오늘 아침이 그런 아침이다. 뭔가 더 신선하고 긴장감이 넘치고 도전이 있고 모험으로 가득 찬 그런 인생........ 간밤에 꿈을 꾸었는데 거의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어떤 높은 산 아래서 서성이던 것은 기억에 또렷하다. 나는 종종 손을 위 아래로 흔들면 내 몸이 날아가는 공중부양의 꿈도 꾼다. 무슨 꿈일까? 내가 아직 철이 들지 않았나보다. 나는 20대 30대가 아닌 50대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현실을 보며 스스로 다잡는다. 지금 여기서 매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후회 없는 인생 우리 주님이 기뻐하시는 인생이라고....... 프리드리히 니체가 <차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한 말이 맞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선을 두지 않았던 발아래에 그대가 추구하는 것, 그 대에게 주어진 많은 보물들이 잠들어 있다.” 지금 여기가 바로 거기다.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