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적에 우리 집에는 맷돌이 있었다. 그 맷돌을 돌려 각종 곡식을 갈아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그것은 위의 맷돌과 아래 맷돌을 연결하는 철심이 가운데 있고 그것을 돌리는 손잡이가 위의 맷돌 가장 자리에 있어서 비록 무거운 돌덩어리지만 그 손잡이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맷돌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손잡이가 부러지거나 없어지면 힘이 센 장정들도 쉽게 돌릴 수 없는 난처한 상황이 된다. 그 손잡이의 이름이 “어처구니”다. 여기서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난처하고 황당한 상황을 “어처구니없다”고 하는 표현이 나왔다.


    지금 우리의 조국의 현실이 바로 어처구니없는 경우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인해서 온 나라가 혼란의 블랙홀에 빠져 들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국민들은 국민들을 위한 국민의 나라를 만들자고 표를 찍어 대통령의 자리에 앉혔는데 그 대통령은 이 나라를 국민의 나라가 아니라 탐욕스러운 한 여인의 나라로 만들었다. 그러고도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보수와 우파의 깃발을 올린 정치인들은 나라를 지킨다고 외쳤지만 권력에 줄을 대며 부패의 사슬에 얽혀버렸고 진보와 좌파의 깃발을 높이 올리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던 정치인들은 스스로의 독선의 감옥에서 조차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로에게 책임의 공을 넘기고 있다. 화가 난 우리 국민들은 비분강개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지만 그들을 청와대로 국회로 들여보낸 것이 우리들의 수준이라는 통렬한 자성은 없는 듯하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냉철하고 성숙한 국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인데....... 어쨌든 우리 민초들은 늘 당하는 처지이니 불쌍하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지배하는 어처구니없는 나라가 되었다. 누가 이 혼란한 정국을 수습할 어처구니를 만들어 낼 것인가? 지금은 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조국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역사의 주관자이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시는 주님이시여! 어처구니없는 우리나라에 견고한 어처구니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혹시 누가 알아보고 물어볼까봐 걱정이 된다. 이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냥 말없이 씁쓸한 미소로 적당히 넘어가야 하나?

    이 어처구니없는 나라,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마음이 심란하다. 주께서 지혜를 주시고 주께서 다시 우리 민족을 긍휼히 여겨 주시기를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