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본(Bonn)에 집회 중에 본 국립 미술관에서 뢰트겐 피에타를 관람했다.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보니 더 실감나고 감동적이었다. 피에타는 “비탄, 슬픔” 등으로 번역되었으나 “경건”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피에타는 프랑스 추기경 장 드 비레르의 의뢰로 1499년 완성되어 로마 베드로 성당 안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알프스 남쪽의 르네상스 정신을 드러낸 것으로, 마리아의 슬픔을 이상주의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하여 마리아의 얼굴을 아름답고 젊은 여인으로 만들었고 아들의 죽음의 아픔까지도 승화시켜 받아들인 평온한 표정으로 묘사했다. 또한 삼각형 구도를 사용하여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상체에 비해서 비정상적으로 커진 하체를 옷 주름으로 덮어서 의식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은 당시 유럽의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분위기와 통한다.


   반면에 뢰트겐 피에타는 알프스 이북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14세기 말에 라인 강변에서 나무로 만들어진 것인데 예수님의 시신이 경직되어 있고 그 아들을 앉고 있는 어머니 마리의 표정에 인간적인 비통함이 여과없이 들어있다. 예수님의 양손과 양발 그리고 옆구리의 상흔을 포도송이로 묘사해서 들여다보고 민망하기까지 하다. 이것은 독일지역의 사실주의적인 정신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들은 인생의 문제들을 영적으로 승화시켜 받아들이기 전에 그것들을 있는 사실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고 표현했던 것이다. 이 피에타는 페스트로 유럽인구의 3분의 1일 죽어갈 때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진정한 치유와 회복은 우리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드러내는 솔직함과 성육신하신 예수님이 우리의 연약함을 통째로 경험하셨다는 믿음이 만날 때 일어나는 기적이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아픔도 얼른 덮어버리고 대충 봉합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드러내는 솔직함이 있을 때 진정한 치료와 회복이 일어나는 것이다.


   뢰트겐 피에타를 통해서 종교개혁자 루터와 종교개혁을 성공시킨 독일인들의 정신사의 한 페이지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