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화장실에 인색한 나라이다. 그래서 시내를 나갈 때면 화장실을 찾는 일로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St Esprit 교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배당 옆에 화장실 하나만 있었다. 물론 그들만 사용하는 1층에는 꽤 넓은 화장실이 있었으나 우리에게 개방되지 않았다. 주일날이면 교우들이 줄을 길게 서서 기다려야 했다. 화장실이 하나이니 남녀가 섞여서 줄을 서는 것이 민망했다. 여성 집사님들 가운데는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 주일날은 물을 마시지 않고 온다는 말도 들었다. 나도 가능하면 참던가 아니면 가까운 호텔 화장실을 이용하곤 했다. 그냥 나올 수 없으니 비싼 커피한잔 사 마셨다. 외부 손님을 모셨을 때는 더 난감했다.
교인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궁리를 하던 끝에 프랑스 교회를 설득하여 화장실을 건축하기로 했다. 다행히 프랑스 교회임원들이 우리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깔뱅 행사를 위해서 자신들도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교회 옆 좁은 공간에 화장실 건축을 시작했다. 화장실 짓는 일이지만 건축가인 권호근 집사님이 설계를 하고 진행된 작업이니 건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진행 중에 문제가 생겼다. 파리 시청에서 건물 감독관이 시찰을 나온 것이다. 이 교회는 1865년에 지어진 것으로 1905년부터는 시청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건물이기 때문이다. 감독관이 시비를 걸면 다시 원상복귀를 하거나 시청의 허가를 신청하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 프랑소와 목사님께서 지혜롭게 대답했다. “우리에게는 장애인들을 위한 화장실이 필요합니다.” 그 말을 들은 감독관은 쾌히 승낙하고 간단한 서류만 시청에 제출해 달라고 했다. 프랑소와 목사님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며 기뻐하셨다. 화장실, 이것이 우리 교회의 최초의 건축물이다.
나는 화장실을 갈 때마다 이렇게 편안하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