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달려가면 풀다(Fulda)라는 도시가 나온다. 나는 지난 주간에 이곳에서 유럽기독교문화예술 연구원 이사회를 하고 이 지역의 역사와 유적을 탐방했다. Fulda는 주후 7세기, 동 프랑크 지역 지금 독일 땅에 사는 이교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독일이 기독교 국가가 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순교한 잉글랜드 출신의 보니파티우스(Bonifatius)의 도시이며 독일 기독교 신앙의 중심지이다.


   시내로 들어가면 보니파티우스 광장(Bonifatius platz)이 있고 그의 동상이 오른손에는 십자가를 왼손에는 성경책을 들고 우뚝 서 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게르만들에게 전하며 사역하다가 이교도들에 의해서 머리 정수리에 칼을 받고 순교했는데, 그의 손에 있는 십자가와 성경책은 그의 순교와 그가 전한 복음의 상징이다. 동상 아래에는 “VERBUM DOMIN MANET IN AETERNUM” 즉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하도다.”라는 글자가 빛나고 있었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는 독일 종교개혁 운동이 말씀을 소중히 여기던 그들의 기독교 전통으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보여준다. 우리 인생을 변화시키고 역사를 개혁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인 것이다.


   보니파티우스가 세웠고 그의 유해를 보존한 수도원이 바로크 양식의 대성당은 매우 웅장했다. 우리는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나서 언덕위에 있는 작지만 규모 있고 아름다운 예배당을 방문했다. 예배당에 들어서자 피에타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것은 지난해 독일 본(Bonn) 박물관에서 보았던 뢰트겐 피에타처럼 고통을 솔직하고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가슴이 찢어지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의 인간적인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서 마리아의 왼쪽 가슴에 칼을 꽃아 넣은 것이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죽은 아들의 시신을 품에 안고 넋을 놓고 초점 잃은 얼굴로 있는 마리아를 보니 그 고통이 느껴졌다.


   고통스런 현실을 포장하고 미화하는 대신에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독일인들의 특징이다. 이런 인식을 통해서 그들은 십자가 복음의 심연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종교개혁의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