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을 다녀올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엄청난 속도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어딘가로 분주하게 걸어가는 사람들, 좋은 식당에서도 음식의 맛과 분위기를 느낄 시간도 없이 후다닥 먹는 임무를 마치는 사람들, 지하철 안에서 책보다는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기는 사람들, 오랜만에 만나서도 무엇이 그리 바쁜지 진지하고 차분한 대화보다는 피상적이고 산만한 만남을 마치고 다음 약속을 향해서 달려가는 사람들, 이것이 내가 받은 인상이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속도에 맞추어 17일간의 시간을 보냈다. 그것이 21세기에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꼭 이렇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해 본다.


  파리에 돌아오니 여기는 너무 속도감이 없다. 20년 전 거리의 모습이 지금도 그대로다. 우리 아파트 담벼락 공사를 한다고 거푸집을 7년이나 설치해 두었다. 카페는 앉아서 와인한잔 시켜놓고 노닥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도 여기 생활에 젖어서인지 파리에 도착해서 하루 이틀 지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들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설교를 작성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살다가는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살아야 맞는 걸까? 속도냐? 안정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한국을 생각하면 파리 생활이 경쟁력이 없어 보이고 파리생활을 생각하면 그렇게 분주하게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 짠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파리의 리듬보다는 좀 더 빠르게, 한국의 속도보다 는 좀 더 느긋하게!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나도 우리 학생들처럼 새로운 각오로 새 학기를 시작한다. “바쁘지만 분주하지 않고 알차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