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떠나기 전날 나는 종로 5가에서 총회 관련 일을 마치고 한국
일.김도일 교수님들과 만나 저녁식사를 했다. 두 분은 언제나 정겹다. 그
들은 신학교에 가르치는 교수님들이지만 현장을 누비는 선교사를 방불
케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정과 마을을 살리는 교육 공동
체”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관련 세미나를
하고 나를 만난 것이다.
우리가 금년부터 진행하는 한불목회자 아카데미와 그 의미와 뜻이 다
르지 않아서 앞으로 연합하여 사역하기로 했다.
두 모임이 한국과 프랑
스의 목회자들과 교회를 회복시키고 두 나라의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놀
라운 사역이 될 것을 확신한다. 뜻밖의 만남 속에 담겨있는 축복이다.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한 교수님에게 그가 이 사역에 헌신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독일 하이델베르그에서 선교학을 하고 장신대에
서 가르치면서 비판적이고 직설적인 강의를 통해서 한국교회와 선교지
의 가라지를 뽑는 일에 전념했는데 돌아보니 그것이 사람이나 교회나 선
교를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의 강의
에 들어왔던 학생 중에는 그의 비판적 강의를 듣고 수강을 포기하고 떠
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마태복음 13장의 천국비유를 읽다가 “씨 뿌리는 비유”
에서 신학과 사역의 회심을 했다고 한다. “천국은 좋은 씨를 밭에 뿌리
는 자와 같으니”예수님은 가라지를 뽑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좋은 씨를
뿌리기 위해서 오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라지를 뽑기 위해서 전력했
던 과거를 회개하고 지금은 좋은 씨를 부지런히 뿌리는 일에 헌신하게 되
었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나의 가슴도 뭉클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게도 가라지를 뽑는 일에 에너지를 쏟느라고 좋은 씨를 뿌리는 일을 소
홀히 할 때가 많다는 것을. 예수님은 “가라지를 뽑지 마라. 그러다가 알
곡이 다친다. 좋은 씨를 뿌려라. 그러다보면 좋은 씨가 가라지를 누르고
천국이 이루어진다.”고 하셨다.
이제 내 나이 55세. 어떤 이가 55세가 인생의 봉우리이고 이제부터는
조심스럽게 내려가면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중년들이 듣기에 우울한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제 남은 사역의 부분을 좋은 씨를 뿌리는 자로 살
아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나는 그와 오르브와(Au revoir)를 했다. 뜻밖
의 만남이 나에게 가져다 준 또 하나의 축복이다. 그러기에 나는 어떤 만
남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며 사건임을 깨닫는다. 앞으로
만나는 모든 만남을 이런 기대 속에 진지하고 소중하게 맞이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