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처음 왔을 때 교회의 한 청년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하면서 13구 차이나타운에 있는 베트남 쌀국수 집을 데리고 갔다. 좁고 지저분한 분위기에 반찬도 없이 쌀국수와 숙주와 각종 풀들이 나왔다. 프랑스가 요리의 나라라고 하던데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는 것이 국수에 풀을 넣어 먹는 것이라니....... 그녀는 그것을 맛있다고 하면서 먹는데 우리 부부는 그것의 맛이 아니라 곁들여 나온 절인 양파 맛에 겨우 한 그릇 먹었다. 앞으로 이것을 계속 먹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그 이후에 몇 번은 교인들과 어울려서 먹었고 몇 번은 어차피 먹어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적응하자는 의미에서 스스로 찾아가 먹었다. 그리고 파리 생활 22년이 지나서 되돌아보니 내가 먹은 그 놈의 월남국수가 족히 천 그릇을 넘기고도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름은 “똥끼누아”다. 나는 어느새 똥끼누아를 김치찌개만큼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게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 조미료에 민감한 내 혀는 그 놈을 먹고 난 후에는 어김없이 내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 사람아, 조미료를 그렇게 많이 섭취하면 어떻게 하나?” 그래도 가서 먹는 이유가 무엇일까? 맛이 있어서다. 자꾸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맛이있다. 그래서 혹자는 그 속에 마약을 넣은 것이 아니냐는 농담도 한다. 더 솔직한 이유는 음식 값이 저렴해서 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팍팍한 파리생활에서 그나마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이 월남국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 20, 30대 나이의 젊은이들에게는 똥끼누아 한 그릇에 국물 우려낸 후 소고기 한 덩어리 개평으로 나오는 집이 꽤나 인기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13구 월남국수는 파리생활의 추억이며 파리생활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교우들과 자주 그곳에 갔고 친구들이나 손님들이 오면 그곳에 가서 월남국수 한 그릇 먹고 옆에 있는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곤 했다. 교회와 선교에 대해서, 신학적 현안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고민에 대해서 나누기에 거기보다 적합하고 익숙한 곳도 없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