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이 날씨가 칙칙한 날이면 똥끼누아가 생각나는 것은 중독일까? 파리생활의 낭만일까? 
  20년 전만해도 한국식당이 34개에 불과했고 유학생들 형편에는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부담되었다. 지금은 한국식당이 100개가 넘고 학생들의 생활도 여유가 있어서인지 한국식당을 자주 찾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파리생활의 추억을 이야기하자면 13구에서 먹던 월남국수만한 것이 없다. 배가 출출하거나 날씨가 쌀쌀하면 그 놈이 생각난다. 날씨가 덥거나 해가 화창하게떠도 역시 그 놈이 생각난다. 긴 여행을 하고 파리로 돌아와서도 그 놈이 생각나고 몸에 감기 기운이 있어도 그놈 한 그릇 먹으면 기운이 난다.
  내가 이렇게 월남 쌀국수 똥끼누아 타령을 하는 것은 그것에 우리의 녹녹치 않은 타향살이가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더 값나가고 고급스런 음식 맛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파리지앵으로 사는 형편을 말하는 것이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파리생활이지만 유학생이나 생업을 하는 교민들에게는 여기서 살아가는 것은 고단한 일이다. 체류조건이 까다롭고 물가는 높고 사업에 성공하기가 매우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목회와 선교도 마찬가지다. 흔히 한국보다 미국에서의 사역이 10배, 미국보다 유럽에서의 사역이 10배 힘들다고들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효력이 잘 나타나지 않고 너무 과해서도 안 되고 너무 약해서도 안 된다. 교회가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그래서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교인들이나 목회자들이 풍성한 접대를 하는데 파리에 오면 그렇게 못한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당연한 삶인데 손님들은 이상하게 여기거나 서운하게 생각하곤 한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월남국수 한 그릇 먹으며 즐거워하고 감사하고 만족하는 소박한 삶을 익힌다. 성경에 자족하는 것이 경건에 유익이라고 했는데 이런 마음을 계속 유지하면서 살면 어디를 가서도 적응하지 못할 곳이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와 즐거움을 잃지 않고 인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