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에 찾은 모라비안 형제 교회는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예배당 전체가 하나님의 영광을 상징하는 흰색이었고 유일하게 강단만이 생명을 상징하는 초록색이었다. 이토록 단순하면서 이토록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교회가 또 있을까? 이 예배당은 그들의 삶을 투영했고 그들의 신앙을 증언하고 있었다. 그들은 생명의 근원인 하나님의 말씀과 만물의 존재 목적인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두 가지 본질적 가치에 온전히 헌신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단순함을 통해서 본질에 집중하므로 나오는 영적 능력이 3000명의 선교사들을 전세계에 파송 하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난방이 없어서 냉기로 가득한 예배당이었지만 그 흰색 의자에 앉아서 잠시 기도를 드리는 순간에 전율이 온 몸을 감싸고 돌았다. 성령의 감동인지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충만했던 예배당에서 받은 심리적 감동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내 마음에 뜨거운 것이 올라오고 있었다.
     서점에서 모라비안 교회의 역사와 진젠도르프의 생애와 리더십 관련 몇 권의 책을 구입한 후에 우리는 7/24 기도회의 현장인 ‘예수의 집’(JESUS HAUS)로 갔다. 소박한 뜰을 지나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지난 35년간 기도를 목회와 사역의 가장 중요한 비결로 여기며 사역해 온 나로서는 가장 보고 싶은 곳이 바로 여기였기에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기도하던 장소 지금도 기도하고 있는 그 자리에 앉아서 기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건물 안에 아무도 없었다. 외부행사가 있어서인지 대부분의 문이 잠겼고 기도실은 유리창 너머로 3분의 1정도만 보였다. 그 덕에 나는 ‘목적지를 코 앞에 두고도 갈 수 없듯이 기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니 기회가 주어지는 순간마다 기도하기를 힘써 야지!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으니 헛된 걸음은 아니었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찾아간 곳은 묘지였다. 우리 같은 목회자들이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찾아가는 곳이 예배당과 무덤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도 결국에는 묘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인생무상의 의미를 깨닫는 지혜가 그곳에 있으니 최고의 마무리가 아닐까? 묘지로 들어가는 길이 20미터 길이의 멋진 가로수 길이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서 “그리스도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나셨다.”(CHRISTUS IST AUFERSTANDEN VON DEN TOTEN.)는 글귀가 선명한 입구의 문으로 들어가면 부활의 소망 가운데 잠들어 있는 성도들의 평토장한 무덤들 수천개가 중앙 길 양쪽으로 정렬되어 펼쳐진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선교사들이며 직업과 삶을 통해서 자신들의 신앙을 증언하려고 했던 분들의 참으로 신실하고 위대한 무덤이었다. 나는 옷깃을 여미고 그 무덤 사이를 거닐면서 나도 이분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묘지 중앙 길 중간에 놓여진 몇 개의 나무 뚜껑을 걷어내자 진젠도르프 백작의 석관묘가 나왔다. 보장된 신분과 삶을 포기하고 주님의 뜻을 따라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살았던 주님의 사람이 누워있는 곳에 서서 그의 좌우명을 떠올려 보았다. “나에게 유일한 열망, 그것은 예수, 오직 예수입니다.”(I HAVE ONE PASSION: IT IS JESUS, JESUS ONLY) 그리고 나에게 스스로 물었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