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문화와 예술의 도시 파리 중심부에서 날마다 복음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한인교회가 있다. 파리 8구에 있는 프랑스 개혁교회에서 매주 예배를 드리는 파리선한장로교회(성원용 목사)다.

성원용 목사는 1996년 꿈꾸던 개척목회 대신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의 파송 선교사로 파리를 밟았다. 그러다 2002년 9월 어른 10명, 어린이 4명과 함께 교회를 개척했다. 지난 17년간의 사역에 대한 고백을 담아 ‘본질을 붙들면 후회하지 않는다’(국민북스)를 펴냈다. 지난 22일 예배 직후 교회 인근 카페에서 성 목사를 만났다.

“교회가 참 아름답지요. 1865년 나폴레옹 3세 시절 파리 시장이던 오스만 남작이 세웠어요. 오랫동안 개신교를 박해하던 프랑스에서 정부가 공인한 첫 번째 개신교회였어요. 개혁교단의 첫 총회가 열렸던 유서 깊은 건물입니다.”

임차료가 비싸서 대부분 파리의 한인교회는 기존의 현지 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린다. 과거 영국 성공회 성당 등을 전전하던 이들은 2007년 지금의 교회에 정착했다. 교회엔 300명 넘는 교인이 출석한다. 그중 20∼30대 청년이 70%를 차지한다. 어느덧 한인 디아스포라의 회복과 동시에 유럽과 아프리카 선교의 거점을 꿈꾸는 교회로 성장했다.

과연 부흥의 비결은 뭘까. 사람들은 흔히 문화적 접근이나 트렌드에 맞춘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의 방법은 단순했다. 그는 “문화적으로 접근하면 잠시 효과는 볼지 몰라도 오래 못 간다”며 “그럴수록 본질인 말씀을 붙잡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그는 “말씀이 본질이고 하나님의 은혜, 성령의 역사가 본질”이라며 “경건한 예배와 차분히 말씀을 전하는 전통적인 목회를 펼쳤더니 부흥이 일어났다”고 했다.

많은 이들은 성 목사에게 묻는다. 도대체 왜 파리에 선교사가 필요하냐고. 그 역시 ‘내가 정말 선교사가 맞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하지만 파리에 살면 살수록 프랑스는 세계 최대 선교지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한다.

“사람들은 파리를 최첨단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생각하지만 유럽 어느 곳보다 개신교도가 박해받은, 피 흘린 역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현재 인구의 2.6%가 개신교인이고 그 가운데 8%만 주일에 교회에 출석해요. 이런 수치는 미전도종족이라 해도 될 정도예요. 자유로운 문화로 세속화된 데다 이슬람교도는 10%에 달합니다. 유럽 어느 국가보다 높은 비율입니다. 파리에 한 번 다녀간 분들은 이곳이 선교지라는 말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는 프랑스 개신교 목회자들과 자주 만난다. 그들 대부분은 부흥을 원하지만 자력으로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성 목사는 역동적인 한국교회가 그들을 지원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위그노’라 불렸던 프랑스 개신교인들은 워낙 박해를 받아 많이 위축돼 있습니다. 20세기 아프리카에서 자신들이 제국주의 선교를 했다는 것에 대한 반성과 타 문화에 대한 지나친 존중 때문인지 ‘전도’라는 말을 쓰는 것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조금씩 프랑스 개혁교회 안에서도 ‘우리도 이제 전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프랑스 교회와 협력의 끈을 놓지 않고 가급적 그들의 친구가 돼 주기 위해 노력했다. 늙고 약해진 프랑스 교회를 한국교회가 도와줄 때 부흥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의 3분의 2가 프랑스어를 쓰는 상황에서 이는 곧 아프리카와 유럽 선교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쓴 것도 후배들이 유럽에 와서 자신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자료를 남겨두고 싶어서였다. 동시에 그는 은퇴 후에도 다음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 하드웨어를 구축하고자 한다.

“선교센터를 세워 다음세대가 유럽과 아프리카 선교를 이어가도록 하고 싶습니다. 선교사들이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들어가는 대신 이곳에서 쉬면서 재충전하고 언어도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양한 선교 세미나와 공부를 통해 한국이든 유럽이든 아프리카 사람이든 복음의 전사로 쓸 수 있는 리더를 키워나가는 센터를 통해 유럽 선교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파리=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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