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목회를 하면서 나는 성인들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에게도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문제는 무더운 여름에 설교를 하고 손에 땀이 난 상태에서 악수를 할 때와 차가운 날씨에 차가운 손으로 악수를 청할 때이다. 그럴 때면 교우들에게 불쾌감을 주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해서 여름에는 작은 손 세정제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땀을 씻어 내고 악수를 하곤 한다. 


    심각한 것은 겨울이다. 차가워진 손을 짧은 시간에 따뜻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손을 비벼 보지만 찬 기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목사는 성도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사역이기에 손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하는 직분이기에 이런 작은 것 하나도 신경이 쓰인다. 해서 그 날 손에 들려진 핫팩은 차가운 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격이었다. 문제는 그것을 구입해 놓고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핫팩을 그때 한 번 사용해 보고 말았지만 그 핫팩이 주는 여운이 남는다. 핫팩 같은 인생, 핫팩 같은 공동체를 생각한다. 핫팩은 자신의 몸을 부딪쳐서 열을 내고 따뜻한 기운을 타인에게 선사한다. 핫팩은 흔들수록 따뜻해진다. 그 안에 있는 모래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열을 내기 때문이다. 핫팩은 작지만 따뜻하다. 자신을 희생하여 타인을 따뜻하게 하는 핫팩 같은 인생, 그것이 그리스도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핫팩 같은 성도들이 모여 공동체가 따뜻해지고 그런 공동체가 있어서 세상이 따뜻해지는 것이 아닐까!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살지만 자신을 희생하여 타인을 따뜻하게 만드는 인생, 작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공동체, 그런 인생과 공동체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