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행은 알자스 지역 종교개혁 순례를 마치고 파리로 돌아오는 길에 랭스를 방문했다. 랭스라는 도시는 종교개혁과 특별한 연관성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프랑스 역사와 프랑스 교회의 역사에 중요한 곳이다. 해서 이곳을 꼭 방문하고 싶었지만 늘 지나치곤 했는데 이번에는 작심을 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도시에 들어서자 고풍스러움과 웅장함을 자랑하는 고딕양식의 랭스 대성당 Cathedrale de Reims가 눈에 들어왔다.
   랭스는 거품과 톡쏘는 맛을 내는 포도주 샴페인의 산지이다. 샴페인은 오빌레 수도원 Abbaye hautvillers의 수도사였던 동 패리뇽 Dom Perignon에 의해서 1668년에 병속에서 발효를 조절하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생산되는 발포성 포도주이다.  랭스는 2차대전 당시에 아이젠 하워 장군의 지휘소가 있었고 1945년 5월 7일에는 항복문서가 체결된 곳이기도 하다.
   496년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왕비 클로틸드의 지속적인 권고와 전도와 전쟁에서 하나님께 드린 기도 응답으로 승리를 체험한 후에 예수를 믿게 된 프랑크 왕국 매로빙거 왕조의 클로비스가 세례를 받게 되었고 서유럽에 기독교가 뿌리를 내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곳이 바로 랭스이며 그곳에 세워진 예배당이 바로 랭스 대성당이다. 뿐만 아니라 랭스는 816년 루이 1세를 시작으로 1825년 부르봉 왕가의 마지막 왕이었던 샤를르 10세에 이르기까지 31명의 왕들의 대관식이 있었던 곳이고 이곳에서 대관식을 하지 않으면 왕의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할 정도였다. 영국과의 100년 전쟁에서 승리한 잔다르크가 1429년에 프랑스 왕 샤를르 7세로 하여금 이곳에서 대관식을 하도록 함으로써 왕권을 견고하게 만들어준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이런 역사적 거대담론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소박하고 단순한 기대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이 성당 서쪽의 북쪽 파사드에 있는 미소짓는 천사를 만나 보기 위해서이다. 그 천사를 흔히 랭스의 천사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