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독서와 글쓰기, 가을부터 시작하는‘예수 이야기’설교 구상하기와 그동안 만나지 못한 성도들 만나기 등을 위해서 휴가 없이 파리를 지키기로 했다. 마침 전 세계가 전례 없는 무더위에 시달리고 한국은 밤잠을 청할 수 없는 열대야로 고통당한다고 하니 결과적으로 파리에 머무는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파리도 다른 해보다 상당히 더웠지만 우울할 만큼 길고 긴 파리의 겨울을 생각하면 작렬하는 태양조차 감사할 뿐이다. 헌데, 누가 이 기밀을 누설하기라도 한듯이 내가 파리에 머물기로 작심한 날부터 신기하게도 찾아오는 손님이 급증했다. 본래의 계획에는 다소 차질이 생겼지만 사람 좋아하는 나에게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프랑스 여러 지역을 2박 3일,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을 하면서 목회와 선교와 인생과 예술의 세계를 나누고 배우게 되니 이 또한 행복한 일이 아닌가!
    이번 여름 여행의 주제는 인생과 마무리였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해야하나? 에 대해서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이 각자의 마음 속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나는 존 번연이 그의 대작‘천로역정’에서 인생을 천국을 향해서 가는 여행길로 묘사한 것처럼 인생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에 천로역정을 읽은 반 고흐도 그의 작품 여러 곳에 길을 냄으로 인생이 천국을 향해서 걸어가는 여행자임을 보여주었다. 다만 그는 그의 삶에 휘몰아친 가난과 세인들이 그의 천재적 작품성을 알아보지 못해서 일생동안 단 한 점의 작품 밖에 팔수 없었던 시대적 불운과 우울한 기질 덕분에 고통스럽고 치열한 인생 여행길을 걸었다. 하지만 나는 인생이 꼭 그래야만 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 여행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철학자들이 케네시스라고 칭하는 목적지향적인 인생이다. 그들은 집요하고 치열하게 살아서 인생의 목적을 이루지만 그것을 위해서 지금 여기의 삶을 희생시키곤 한다. 그들에게는 목적에 도달하기 전까지 모든 것은 과정이고 연습이고 도상일 뿐이다. 목적지에 도달하고 자신들이 계획한 것들을 성취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살아나지만 그러지 못할 때는 실패한 인생이 된다.
    또 하나의 인생은 지금 여기를 충실하게 누리며 살아가는 에네르게이 인생이다.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지금 여기를 충실하게 살아간다. 그들은 자신이 머무는 삶의 자리를 돌면서 두둥실 춤추는 즐거움을 가지고 지금 여기를 누린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들은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매일 즐겁게 춤을 추다가 무용수가 되기도 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매일 읽고 글을 쓰다가 작가가 되기도 하고 공을 차는 것을 좋아해서 즐겁게 공을 차다가 축구선수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했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찰라의 순간 순간을 행복하고 충실하게 살았기 때문이다(미움 받을 용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