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프랑스에 내린 첫 눈 소식에 대한 소회 1

    얼마 전 남 프랑스에 때 아닌 눈이 내려서 도로가 막히고 많은
사람들이 도로위에서 밤을 지새우는 어려움을 당했다. 아마 그들
에게 눈은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는 불청객에 불과했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공해로 인한 기후변화의 결과라며 탄식하고 불길한 미래를
예측하는 슬픈 사건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올 겨울 스키여행을
계획한 이들에게는 이번에는 풍성한 눈이 와서 마음껏 알프스를
누비게 되리라는 기대를 주는 일이 되었겠지만.
     나에게 첫눈은 특별하다. 내게 첫눈은 고향을 떠 올리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육사는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라고 했지만 나에게 "내 고향 12월은 함박눈이 내리는 시절"이다. 첫
눈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내 마음이 어린 시절 고향으로 달려가는 이
유이다. 내 고향 서천은 해변에 가까운 곳이어서인지 눈이 많이 내린
다. 이것은 그저 어린 시절의 경험 속에서 내 마음이 내린 주관적 평
가일 수도 있겠다. 나는 첫 눈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첫 눈이 내리는
날에는 우리 집 강아지와 함께 이리 저리 뛰어 다니며 소리치곤 했
다. 그리고 그 눈발은 곧 함박눈이 되어 온 천지를 뒤 덮어 버렸다.
그 덕에 눈을 치우는 노동에 투입되어야 하는 신세가 되기는 했지만.
      한국인들에게 첫눈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약속이고
기다림이고 그렇게 설렘이기 때문이다. 첫눈 오는 날이면 그날에 만
나자던 약속을 기억하고 그곳으로 달려가는 젊은이들의 기다림과
설렘이 있기에 첫 눈은 낭만이었다. 최근에 첫 눈이 오면 자리를 비
워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은 하더니 여전히 그 자리에서 뭉개고 있
는 어떤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자의 모습은 첫눈의 낭만을 모독하는
것이어서 그저 씁쓸할 뿐이다. 정치인의 생명은 약속을 지키는 것인
데 우리 정치인들은 왜 자신들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인지.
      또한 첫눈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사인이다. 드디어 겨울이
시작된 것이다. 낭만의 순간은 잠시뿐이고 곧 바로 북풍한설이 몰
아친다. 지난 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추위를 경험했다. 밖에 잠
시 서 있는 것도 힘들만큼 무시무시하게 추웠는데 금년 겨울은 더
춥다고들 하니 걱정이다. 남한보다 더 추운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
면 가슴이 아린다. 그들은 난방도 방한복도 변변치 못하다는데
그 추위를 어떻게 견뎌낼까.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