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1년 안에 우리 세 사람에게 새로운 사역의 길이 열렸다. 김태환 목사님은 서울에 새로운 임지가 결정되어 귀국하였고 안태영 목사는 아프리카 선교사로 나가게 되었고 나는 파리에 새로운 한인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다. 나는 파리에 한인교회가 많으니 나도 거기에 숫자 하나 더 보태는 것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프랑스 개혁교회 목사가 되는 것으로 기도하고 추진했다. 하지만 일이 거의 다 이루어져가는 순간에 모든 길이 막히고 말았다. 막다른 골목에서 나는 결국 한인교회를 개척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길은 실타래 풀리듯이 술술 풀려나갔다. 내가 생각하고 기대하던 모든 길이 막히고 하나님이 계획하셨던 일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사실은 내가 생각하고 기대하던 것들이 막힌 것이 아니다. 신학생 시절 7년 동안 매일 주기철 목사 기념 기도탑에 올라가 교회를 개척하는 영광과 전국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기쁨을 달라고 기도했는데 그 오랜 기도가 다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장소만 바뀐 것이다.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전국 방방곡곡이 아니라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의 길을 가게 하신 것이다. 내가 드린 기도를 하나님의 수준에서 더 크게 이루어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주님을 찬양한다. 
    일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교회를 사임하고 2개월 후인 2002년 9월에 성인 10명과 어린이 4명이 교회개척예배를 드렸다. 그 중에 대부분은 수개월 안에 귀국하게 될 사람들이었다. 재정도 건물도 없이 매일 벼랑 끝에 서서 하나님만 바라보아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기도 밖에 없었다. 그래서 모든 일을 주님께 맡기고 매일 3시간 이상씩 눈물로 기도했다. 기도 중에 주님은 “내 백성을 위로 하라. 그들의 눈에서 눈물을 씻기라. 내가 그 일을 위해서 이 교회를 부흥하게 하리라. 사막에 모래바람이 불어 불현듯 큰 언덕을 이루듯이 이 교회를 내가 세워 나가리라.”는 말씀을 주셨다. 그러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매 주일 예배마다 눈물바다를 이루었고 성령님께서 성도들의 마음을 만지시고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료하시고 인생의 무거운 짐을 대신 져 주시는 기적을 일으켜 주신 것이다. 우리는 1년 동안 세 곳의 예배처소를 옮겨 다녔고 그때마다 차고 넘치는 부흥과 은혜를 받았고 주일예배에 120명이 출석하는 교회가 되었다. 16년이 지난 지금은 400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부흥했다. 매년 귀국하여 떠나는 교인들을 생각하면 유럽에서는 큰 부흥인 것이다. 그리고 교인 가운데 20. 30대가 70%가 넘는 젊은이들의 교회이다. 우리는 파리선한교회를 기반으로 한불선교협정을 2013년에 하게 되었고 유럽과 아프리카 불어권 선교에도 참여하고 프랑스 지방에 교회도 개척하게 되었고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일도 하게 되었다. 
    이제 사역의 기초를 마련했을 정도이고 앞으로는 더욱 큰 부흥과 사역의 지경이 넓게하실 주님의 역사를 기대한다. 아무런 확신이나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더듬거리며 지금까지 왔지만 돌아보면 우리 주님께서 자로 잰 듯이 인도해 주셨다. 그 주님의 손길이 앞으로 남은 인생 후반전에도 함께 하셔서 별처럼 빛나는 시간이 되게 하실 것을 기대한다. 오늘은 전형적인 파리 겨울 날씨다. 부슬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그렇다고 우산을 쓰기도 뭐하고 비를 그대로 맞기도 뭐하다. 20년 전이나 변한 것이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의 비전과 기도가 변했다. 이제는 이렇게 기도할 수 있다. “주님,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프랑스를 저에게 허락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