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살아가면서 부러운 것 중의 하나가 정원이다. 어느 도시를 가든지 그 도시를 대표하는 정원이 있다. 파리만 해도 그렇다. 파리는 외곽순환도로(Le Boulevard peripherique)에 둘러싸인 도시라서 공간이 극히 제한되어 있고 건축물들이 조밀하게 들어선 도시지만 답답하기는커녕 아늑하고 아름답고 인간적인 느낌이 가득한 것은 곳곳에 배치된 크고 작은 정원들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자주 정원을 찾는다. 벤치에 앉아서 햇빛에 나를 노출 시키며 비타민 D를 보충하면서 독서도 하고 생각도 하고 묵상도 하고 가끔은 멍 때리기도 한다. 
    인류역사는 정원에서 시작되었다. 하나님이 직접 조성하신 에덴정원, 그곳에 아담과 하와의 삶이 시작되었다. 에덴은 하나님의 환경이다. 사람이 죄를 지어 에덴에서 쫓겨난 것이 인류역사의 불행의 시작이다. 그 이 후에 인류는 정원을 만드는 역사를 이어갔다. 역사의 시원에 있었던 그 에덴을 그리워하는 무의식적 노스탈지 때문이리라. 
    서양식 정원은 고대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하는 공중정원(Hanging garden)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문명을 자랑했고 페르시아 제국의 고레스 왕은 파사르가다에 있는 페르다이시에 정원을 만들어서 정원의 모델이 되었고 로마제국은 주택구조 안에 중정형태의 정원을 만들었다. 중세시대는 정원문화의 침체기라고 하지만 수도원을 중심으로 정원을 발전시켰다. 특히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이 주를 이루는 중세 수도원에 있는 중정(Le cloitre)은 수도사들의 묵상과 사귐과 안식을 위한 공간이다. 이 정원에서 수도사들은 엄격한 규율의 수원생활을 이겨낼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되었을 것이다. 수도원의 정원은 예루살렘 성전의 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