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6년의 역사를 가진 파리 노트르담이 작은 불꽃으로 한 순간에 전소되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들이 얼마나 허무하고 유약한 것들이지. 마크롱 대통령은 5년 안에 과거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복원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그것은 한 정치인의 객기다. 기업인들이 내 놓은 기부금이 하루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이 일로 설왕설래하며 노란조끼들은 시위의 빌미를 삼았지만 파리 노트르담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였는지에 대한 증거로 보는 것이 아닐까?


    전문가들은 복원 기간을 10년에서 길게는 40년까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회의적이다. 기왓장에 끼인 이끼까지 과거와 똑같이 만들어 놓은 들 그것이 그것일 수 있겠는가? 시간은 반복될 수 없기에 노트르담의 역사와 건물의 자태는 우리의 기억 속에 추억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노트르담은 이제 육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건물이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꺼내 보는 추억이 되었다. 내게는 불행 중 다행이다. 아름다웠던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낭만과 그리움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 추억은 화마가 불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인생이란 추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아닌가. 나쁜 기억은 사연이 되고 한이 되어 껌 딱지처럼 내 인생을 귀찮게 만들지만 좋은 기억은 추억이 되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행복을 만들어낸다. 나쁜 기억은 얼른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은 기억의 창고에 고이 간직해야 한다. 나쁜 기억을 만들어주는 이들을 피하고 좋은 기억을 함께 만들어갈 이들과 동행해야 한다. 인생의 불행과 행복은 누군가가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