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공동체를 방문했지만 라르슈 창시자인 장 바니에를 만난 것은 딱 한 번이다. 그것은 행운이었다. 세계 곳곳에 있는 공동체를 방문하고 사역하느라고 그가 그곳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날 만난 바니에는 얼굴이 길고 키가 상당히 컸다. 얼굴이 길고 키가 큰 서양인 가톨릭 신부와 얼굴이 둥글고 키가 작은 동양인 목사와의 만남. 프랑스어 몇 마디 밖에 할 줄 모르는 나를 대하는 그에게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웃집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약간 구부정한 어깨 사이로 나를 내려다보는 그는키만 큰 사람이 아니라 마음도 큰 사람이었다.

    장 바니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과 정상인이 어떻게 함께 살 수 있는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Vivre ensemble avec nos différences. 이것이 장 바니에가 현대인에게 준 소중한 메시지이다. 정상인과 장애를 가진 이들이, 문화와 기질과 인종이 서로 다른 이들이 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까? 그는 “나는 네가 필요해”(J’ai besoin de toi)라고 고백할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내가 너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줄게”라는 식의 선심 쓰기가 아니

라 “너는 나에게 꼭 필요한 소중하고 소중한 존재야!”라는 고백이 우리를 함께 살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갈등과 증오가 넘실거리는 이 시대 한복판에 서서 나도 이렇게 고백해 본다. 나는 네가 필요해! 너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되는 보배로운 존재!


    우리의 친구 장 바니에를 주님 품에 보내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