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도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루는 수도원장이 새로 들어 온 수도사를 불렀다. 그는 마당 한 가운데 큰 원을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며칠 동안 여행을 다녀 올 때까지 너는 이 원 안에 있든지 원 밖에 있든지를 선택해서 행동해라. 만약에 네가 이 원 안에 있으면 너는 하루 종일 굶을 것이고 원 밖으로 나가면 이 수도원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수도원장의 난감한 제안에 신입 수도사는 당황했고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며칠 동안 원 안에 있자니 부자유하고 배고픈 고통을 당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고 원 밖으로 나가자니 수도원에서 추방당하는 신세가 될 것이 때문에. 만약에 내가 신입수도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꾹 참고 견디는 모습을 보일까? 아니면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시켜!”라고 소리치며 당당하게 원 밖으로 나가서 밥을 먹고 자유롭게 지내다가 수도원에서 추방당하는 편을 택할까?
    며칠 후에 드디어 수도원 원장이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신입 수도사는 한 끼니도 굶지 않고 잘 먹으며 자유롭게 지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수도원에서 쫓겨날 일도 하지 않았다. 그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수도원장이 나간 후에 수도사는 한참으로 고민하다가 놀라운 지혜를 발휘했던 것이다. 그는 동료에게 마당 한 구석에 놓여 있던 빗자루를 달라고 해서 원장이 그려 놓은 원을 그 빗자루로 싹싹 슬어서 지워 버린 것이다. 이렇게 원이 없어지자 그는 자유를 얻게 되었다. 원이 없으니 원 안에만 머무는 억압과 부자유도 없고 원 밖으로 나가는 규칙위반도 없어지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 속에 원이 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원일 수도 있고 누군가가 만들어 준 것이기도 하고 전통과 문화와 가문이 만들어 놓은 것이기도 하다. 그 원은 틀이고 그 틀은 우리의 자유를 빼앗고 이웃을 그 틀로 판단하며 틀렸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결국 자신도 이웃도 힘들고 불행하게 만든다. 이 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은 원을 지우는 것이다. 복음은 이 원을 지우고 말씀과 성령을 따라 사는 자유인의 삶으로 우리를 초청한다. “인생들아 복음 안으로 들어와 원 없는 인생을 원 없이 살아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