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세 끼니를 먹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조선시대만 해도 늦은 아침과 이른 저녁을 먹었고 그 사이에 간식을 했다. 풍요로운 시대가 되면서 간식이 점심이 되었고 삼시세끼라는 개념이 생겼다. 지금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다. 종종 속을 비워주는 것이 늘 포만감을 느끼는 것보다 좋다. 컴퓨터도 너무 많은 것들이 쌓이면 속도가 떨어진다. 가끔은 다 지우고 새롭게 부팅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면 정상 가동되고 속도가 난다. 
    내면세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끊임없이 보고 듣고 기억의 창고에 보관한다. 지금은 손가락 클릭 하나로 전 세계의 정보들이 헤일처럼 밀려들어 온다. 좋은 이야기도 있지만 나쁜 이야기도 있다. 정확한 것도 있지만 쓰레기 같은 거짓정보도 많다. 그러니 현대인의 머리는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마음에는 우울과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다. 종종 모든 것을 비우고 텅 빈 상태로 들어가 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마음을 텅 빈 상태로 비우는 것이 유익한 것은 보편적인 이치이다. 선불교에서는 이것을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 또는 공(空)의 상태라고 한다. 동서양의 철학자들도 이런 상태를 추구했고 뇌 과학도 뇌의 텅 빈 상태를 강조한다. 그때 신선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머리를 비우는 뇌 과학”이라는 책에서 닐스 비르바우머는 “너무 많은 생각이 우리를 망가트리고 있다. 머리를 비우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본래 그런 상태에서 왔으며 그런 상태로 돌아가려는 것이 본성이다.”고 주장했다. 
    우리 기독교에서는 이것을 자기비움이라고 한다. 세상 종교나 철학자들의 개념이나 목적과는 다르지만 내면을 비운다는 의미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비워야 채워진다. 기독교 영성가들은 자기비움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로 채워지는 은혜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바로 그 순간에 하나님의 말씀이 가슴과 온 몸으로 이해되는 기적을 체험했다. 
    때로는 텅 빈 상태로 주님 앞에 서 보자. 주님이 부어주실 평화와 사랑으로 채우실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