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고전 장자에 나오는 내용이다. 장자의 친구 혜자라는 사람이 양나라의 재상으로 있었다. 장자가 그를 만나려고 하자, 어떤 사람이 혜자에게 전하기를 ‘장자는 당신이 앉아 있는 재상 자리를 탐해서 오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 말에 놀란 혜자는 두려워하면서 사흘 밤낮으로 나라 안을 수색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자는 혜자 앞에 스스로 나타나서 다음과 같은 비유로 그의 우정마저 저버리는 어리석음과 탐욕을 꾸짖었다.
     “원추라는 큰 새를 아는가? 그 새가 남해에서 북해로 날아가는데 그 새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내려와 쉬지를 않고 연실과일이 아니면 먹지 않으며 유명한 예천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를 않는다네. 그런데 썩은 쥐 한 마리 물고 날아가던 올빼미가 원추를 보고는 그만 그 쥐를 빼앗길까 봐서 ‘헉’ 하고 놀랐다네. 자네도 양나라 재상 자리 빼앗길까 봐 나를 보고 그렇게 놀라는 것인가?” 
    높고 넓게 날면서 자신이 앉을 자리와 머물 자리를 가려가며 사는 원추 같은 인생이 있고 낮고 좁은 세상을 서성거리며 썩어 없어질 것을 얻기 위해서 인생의 소중한 것들, 즉 우정과 도리와 고상함과 존귀를 저버리는 올빼미 같은 인생이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과 교계 지도자들의 추태에서 원추 인생을 살아야 할 이들이 올빼미 인생이 되어버린 가슴 아픈 현실을 본다. 그들의 모습이 선량한 이들에게는 스트레스와 피로감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들도 처음에는 순수하고 고상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더 높고 넓게 날기 위한 꿈을 가지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면서 더 많은 수고했을 것이다. 그 자리에 가기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서 그들도 한때는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인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어쩌다가 썩은 쥐 한 마리를 움켜쥐고 두리번거리는 초라하고 비루한 올빼미 인생이 되었단 말인가! 
    며칠 전부터 비를 뿌리더니 기온이 많이 내려가고 있다. 무성하던 나무도 잎사귀를 떨구면서 가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가을은 마무리하는 계절이다. 마무리가 좋아야 전체가 좋게 되는 법이다. 내 인생도 이제 가을 초입에 서 있다. 남 걱정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돌아본다. ‘너는 제대로 살고 있니?’, ‘원추 인생? 올빼미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