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안양교도소에 다녀왔다. 친구를 면회하기 위해서다. 그는 대권을 꿈꾸다가 나락으로 떨어져서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 ‘원용아, 네가 웬일이야!’ 반가우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몇 년 전에 대전에서 만나 저녁 식사할 때 보았던 당당함과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헤어질 때 그는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라고 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소확행’(小確幸) 이라는 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 그의 수필집에서 사용한 말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그는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 대권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만나는 소소한 것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중이었다. 다행이다. 그 김에 나도 소소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내게는 ‘한 집에 모여 사는 가족들, 우리 교회에서 매 주일 만나는 교우들, 카페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한잔, 파리를 걷는 순간들, 매일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소소함이다. 이런 소소함을 소중히 여길 때 인생의 의미와 확실한 행복이 찾아오겠지.


    최근에 한국은 법무부 장관의 일로 시끌벅적하다. 그를 지켜야 한다는 쪽과 그를 끌어 내려야 한다는 쪽으로 나라가 양분되었다. 저러다가 사람들이 화병에 걸릴 지경이다. 최근에 만난 어떤 사람은 ‘이러다가 암 걸리겠어요.’라고 했다. 안타깝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소소한 일을 소홀히 하면서 큰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가당치 않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탁할 뿐이다. 큰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매일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바르고 성실하게 해야 했던 것이 아닌가.


    학생들은 좋은 성적이 나오기를 바라고 사업가들은 큰 이윤을 남기기를 바라고 예술가들은 위대한 작품을 만들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매일 매일 해야 하는 소소한 일들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는 불 보듯이 뻔하다. 기대하는 성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빈센트 반고흐가 ‘위대한 성과는 소소한 일들이 모여 조금씩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했다. 위대한 예술이 저절로 될 수 없다. 예술가 앞에 놓인 소소한 일들을 치열하게 감당하다가 위대한 예술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매일 만나는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