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단어는 ‘똘레랑스(tolérance)’다. 우리말로 관용이라고 한다. 이것은 라틴어 tolerare에서 온 프랑스어로서 ‘참아낸다(supporter)’는 뜻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우리가 찬성하지 않는 것까지도 허용할 수 있는 역량’이다. 똘레랑스 정신은 어느 시대에나 필요한 것이고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이다. 똘레랑스가 이토록 중요한 것은 세상이 똘레랑스를 부르짖어야 할 만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 권력자와 백성들 사이에 갑(甲)과 을(乙)사이에 그리고 서로 다른 신앙과 사회적 가치들 사이에 치열한 갈등과 다툼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똘레랑스의 가치를 역설했던 현인 세네카는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비열했던 네로의 스승이었다. 네로도 처음에는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제법 그럴듯한 황제였으나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면서 돌변한 이후 폭군이 되었다. 네로의 폭정은 주후 64년에는 로마를 불로 태워 버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그리스도인들을 잔혹하게 죽이고 심지어는 자신의 스승마저 죽여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똘레랑스가 강조되는 시대는 똘레랑스가 없는 시대라는 증거다. 사실은 똘레랑스라는 말이 필요 없는 때가 가장 건강하고 공평과 정의가 실현되는 평화의 시대인 것이다.
    16세기 유럽과 프랑스는 신교와 구교, 국가와 국가, 옛 질서와 새로운 질서 간의 대립으로 소용돌이가 시작되는 시대였다. 특히 프랑스 사회는 국가권력과 가톨릭 세력의 위그노 박해로 피로 물든 역사를 경험했다. 그야말로 똘레랑스 없는 무정하고 잔혹한 시대였다. 새롭게 일어나던 프랑스 개신교도인 위그노들에게 가혹한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것이 1787년 루이 16세의 베르사유 관용칙령이 발표되는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 길고 긴 시간동안 위그노는 자신들의 신앙과 신념 때문에 똘레랑스 없는 박해를 경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