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핀느망이 한 달 더 연장되었다. 고등학생 은석이는 당장 학교에 가지 않으니 휴가를 즐기는 분위기다. 느닷없이 “아빠 요즘 참 행복해”라고 한다. 그렇게 몇 날을 보내더니 갑자기 자기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무료해진 모양이다. 평소에 정리하라고 하면 잔소리한다고 귀찮아하더니 스스로 하는 것을 보니 라이프 스타일에 회심이 일어난 듯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의 방을 둘러보니 정리상태가 기대 이상이었다. 옷장 서랍의 옷도 군대에서 관물대 정리하듯 했다. 이왕 정리하는 마당에 집 전체정리를 하면 어떠냐고 하니 그것은 정중히 사양한다. 어제는 자기 방에서 온종일 책상에 앉아 책도 읽고 숙제도 하더니 저녁 무렵 나와서 “하루가 참 짧네”라고 한다.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보람과 흐뭇함을 느꼈나 보다. 나는 이 상태가 제발 오래오래 지속하기를 속으로 빌었다. 
   물리학에서 엔트로피 법칙이 있다. 엔트로피란 ‘우주 내부의 어떤 시스템에서 생기는 유용한 에너지가 무용한 에너지로 변화하는 양의 척도’를 말한다. 엔트로피 법칙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우주 안에서는 시간이 흐른 만큼 무질서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든 만큼 우리네 삶은 복잡해지고 무질서해진다. 나중에는 인생의 무게만 무거워지게 된다. 삶의 엔트로피가 높아진 것이다. 유일한 길은 수시로 정리하고 덜어내고 지워서 삶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면 점점 연산속도가 떨어진다. 엔트로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수시로 정리하고 지워야 한다. 정크 파일을 지우고 자동으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정지시키고 조각모음을 하고 바탕화면에 깔린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 그러면 컴퓨터가 최적의 상태로 돌아간다. 엔트로피가 낮아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