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공부를 아주 잘하는 옥희라는 애가 있었다. 그 애 는 우리 반에서 나이도 한 살 많았으며 성실하고 두뇌까지 좋았 다. 그 친구는 항상 일등을 놓치지 않았다. 나와 강무라는 아이는 옥희 때문에 이등과 삼등을 놓고 오르락내리락 해야만 했다. 성적표를 들고 집에 갈 때마다 나의 아버지는 “여자 아이 한테도 뒤져서 앞으로 뭘 하겠느냐?”며 나무라시곤 했다. 지금 그 친구는 어디 뭘 하고 지내는지 모른다. 강무는 학원 선생을 한다고 들었다. 이제는 그런 일들이 모두 아련한 추억이 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일이 나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였다. 요즘은 남자애들보다 여자들이 더 공부를 잘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라고 한 다. 그때 우리 아버지가 그것을 아셨으면 좋았을 것을. 
  우리 사회는 일등을 추구하는 사회다. 하나뿐 인 일등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한 사람만 행복하고 나머지는 낙오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한다. 꼭 올림픽 경기와 같다.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이 최고다. 은메달과 동메달의 합쳐도 금메달의 가치에 미치지 못한다. 일등을 놓친 은메달의 아쉬움보다 다행히 메달 권에 동메달이 차라리 위로가 된다. 사실 은메달과 동메달도 놀라운 성취 아닌가? 또한 메달 권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의 수고와 노력의 가치도 평가절 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생도 다르지 않다니 슬픈일이 아닌가. 
(다음주 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