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에 팝페라 가수 정세훈 형제와 함께 밀레의 아뜰리에를 방문하게 되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서 문을 닫는 바람에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들렀다. 기다린 보람인지 아뜰리에 담당하는 마담이 우리 일행을 친절하게 맞아 주었고, 평소에 찍지 못하게 하던 사진찍는 일도 허락해 주었다. 게다가 그녀가 들려준 밀레에 대한 소개는 지금도 내 마음에 남아 큰 교훈이 되고 있다. "밀레는 가장 위대하면서 가장 단순한 화가입니다. 밀레의 작품에는 항상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사람을 그립니다."
밀레의 위대함은 단순함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 나라 세종 대왕의 리더십이 위대한 것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에게는 오직 하늘과 땅, 그리고 오직 백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백성이 군주의 하늘이라고 생각하고 오직 그 백성을 위해서 일생을 바쳤다. 세종대왕의 비전은 매우 단순했다. 그것은 오직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었다.
복음의 위대함도 단순성에 있다. 사도 바울도 잡상인과 같이 혼잡하게 복음을 전하지 않고 오직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만을 전한다고 고백했다. 개신교의 영성중의 하나가 또한 단순성이다. 핵심에 집중하고,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영성이 바로 개신교 영성이라는 말이다.
선한교회 목회 6년을 넘어서면서 조직, 프로그램, 각종 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회가 성장하고 성도들이 늘어나면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며 또한 그들의 영적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일들로 인해서 복음의 단순성, 진리의 단순성, 비전의 단순성을 상실하고, 일과 행사에 떠밀린다면 큰 일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무리 많은 일을 하고 아무리 교회가 성장한다고 할지라도 정말 붙들어야 할 것을 붙들지 못한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바삐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서서 나 자신의 모습과 사역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지혜를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