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여행을 하다가 길을 잃을 때가 있다. 내가 길을 착각해서 다른 길로 들어서거나 빠져나가야 할 때를 놓친 경우다. 처음 이런 일을 당했을 때 많이 당 황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렵지 않게 다시 제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길을 잃고 시간이라는 댓가를 지급하지만, 대신에 얻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계획에 없던 동네를 통과하면서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나는 것이다. 그 재미가 쏠쏠하다. 
 내 실수가 아닌 외부의 상황이 내 길을 가로막기도 한다. 도로공사나 사고가 있을 경우다. 그때마다 우회도로 표지판이 방향을 제시한다. 프랑스어로는 데비 아씨옹이다. 도착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을 때는 짜증도 나고 맥이 풀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 계획대로 가던 길을 가면 안 된다. 당장은 길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막다른 골목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감정을 소모하게 된다. 그럴 때는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 나은 선택이다. 데비아씨옹을 따라가노라면 넓은 길도 나오고 결국에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이 뚫렸을 때 속도를 좀 더 내면 예상보다 더 일찍 도착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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