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시절에 장로회 신학대학 학장이셨던 맹용길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요즘 새롭게 떠오른다. 그 분의 연세가 지금의 내 나이쯤 되었을 것이다. “여러분, 나는 요즘 내가 가진 것들을 하나씩 버리고 있습니다. 교수로서 가장 버리기 어려운게 책입니다. 그 책도 버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성경책 하나 남기고 다 버리려고 합니다.” 얼마 전 새벽에 깨어 “가볍게 살고 있습니다.” 라는 책을 읽다가 내가 필요치도 않은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리고 나는 벌떡 일어나 이것저것 버릴 것을 골라서 꺼내 놓았다. 언젠가는 입으리라 생각하며 쌓아 놓은 옷이 제법 많았다. 20년이 넘은 옷들도 있었다. 버릴지 말지를 수없이 망설이면서 간직해온 것들이다. 이 녀석들을 버리고 나니 옷장이 넉넉해졌다. 버리는 순간까지 따라다니던 아쉬운 마음이 몇 시간 후에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버릴걸. 
 “그다음에는 무엇을 버릴것인가~” 그것은 책이었다. 오래전부터 아내가 잔소리처럼 하던 말이“ 책 좀 버리세요~”이다. 그때마다 나는 역정을 내곤 했다. “목사의 생명이 책인데, 날 보고 책을 버리라고?” 그것은 신학생 시절에 밥을 굶어가면서 사들인 책이다. 파리로 올 때 일부는 남에게 주고 일부는 처가에 두고 나머지는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이사 할 때마다 보물단지 모시듯이 하며 지금까지 간직해 왔다. 언젠가는 다시 읽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주에 이어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