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솔직히 한번 읽은 책을 다시 읽은 경우가 드물다. 새로 나온 책을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는 책에 대한 미련과 싸우며 과감하게 버려야 할 책들을 책장에서 뽑아냈다. 몇 권은 뺐다가 다시 넣기를 반복했다. 왜 이렇게 미련이 남는지.. 그래도 용기를 내서 버리는 쪽을 택했다. 버리고 나니 책장이 넉넉해지고 책상에 쌓여있던 새 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미련도 사라져  버렸다. 우리가 가진 물건은 대체로 20%밖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80%는 욕심과 미련이 붙들어 놓고 있는 짐일 뿐이다. 

 나는 사역으로 인해서 여행 보따리를 자주 싼다. 처음에는 혹시나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에 이것 저것 다 싸서 다녔다. 하지만 그중의 반은 필요 없는 것들이다. 지금은 요령이 생겨서 가볍게 짐을 꾸린다. 일주일 여행에는 배낭 하나면 된다. 1달 여행에도 여행 가방 하나로 넉넉하다. 그 덕에 여행길이 가벼워 지고 언제든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오늘은 동료 선교사가 갑자기 간암 판정을 받고 1개월 시한부 인생이 되었다는 비보를 들었다. 지난여름에 서울에서 만났던 분이다. 선교지에서 고단한 사역과 복잡한 인간관계로 스트레스가 많았던 모양이다. 이 일로 나는 인생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걸 실감 했다. 내게 남은 인생은 얼마나 될까? 이제는 쓸데없 는 건 과감히 버리고 비울 건 부지런히 비워서 가볍고 즐겁게, 그리고 꼭 필요한 것에 내 인생을 집중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