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 중에 여러번 방문한 찻집이 있다. 인사동에 있는“귀천”이라는 찻집이다. 도착한 첫날 저녁에 기록문화 연구소 이태형 소장의 안내를 받았다. 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이나 대학에 몸담은 분들이 찾는 곳이다. 그날 밤에도 60대로 보이는 분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며 삶과 시대를 논하고 있었다. 과거 문학인들이 자주 모였던 파리 6구에 있는 카페 레두 마고 같은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음료의 맛보다는 그곳의 분위기 와  귀천이라는 시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의 이야기가 깃든 곳이어서 좋았다. 
 천상병 시인은 서울 대학교 상대를 졸업하고 부산 시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시인으로 활동했다. 어느 날 유럽 유학생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게 된 것이 화근이 되었다. 1967년에 동백림사건으로 엮여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 을 받게 된 것이다. 그 일로 그는 심한 후유증과 성 기능 불능자가 되었고 정신병원과 거리를 떠도는 광인으로 살았다. 그런 그를 한 여인이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와 혼인하여 평생 그를 돌보며 살았다. 기가 막힌 순애보다. 귀천이라는 찻집은 천 시인의 부인이 운영하던 곳이다. 지금은 그녀의 지인이 운영하고 있지만 천 시인의 모든 흔적으로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음주에 이어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