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골 농부 가정에서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시골교회를 개척하고 평생을 섬긴 분들입니다. 그들이 저에게 물려준 유일한 유산은 신앙이었습니다. 제가 배운 건 거대한 신앙 담론이 아니었지요. 철저한 주일 성수와 예배 그리고 십일조 생활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잘 체계화된 성경 공부나 제자훈련 같은 게 없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살고 주일에는 예배당에 가서 예배드리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물론 여름 성경 학교와 성탄절 행사와 겨울 농한기에 열리는 부흥회도 잊을 수 없는 신앙의 추억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주일에 온 가족이 교회에 가서 예배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주일에 예배드리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요즘처럼 다원화되고 복잡한 세상이 아니어서 그게 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일 성수와 예배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신앙의 중심축인 건 분명합니다.
일본에는 현재 도자기를 만드는 3대 산맥이 있습니다. 사쓰마 도예,
가라쓰 도예, 아리다 도예. 이 셋은 모두 임진왜란이나 정유재란을 전후해서
일본에 붙잡혀 갔거나 일본의 유혹에 이끌려간 조선인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도예 명문 가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사쓰마 도예는 일본의 도예를 세계화한
최고의 명문가입니다. 그들은 아직도 심수관이라는 조선의 성과 이름을
버리지 않고 지키고 있습니다. 그들은 명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매우 중요한
교훈을 조상들로부터 물려받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물레의 심을
잊지 말라” 물레에 흙을 놓고 돌릴 때 가장자리는 돌아가지만, 중심은
정지해 있는데 그 움직이지 않은 점이 “심”입니다. 온 힘을 다해 돌리는
물레에서 이 움직이지 않는 심을 찾는 것이 도공의 일생이지요. 아무리 좋은
재료로 최선을 다해서 작업을 해도 이 심의 중심이 흔들리면 결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습니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