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 11:13)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라 증거하였으니』


    그리스도인은 이중국적자입니다. 세상 나라와 하나님 나라의 듀얼 멤버십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 살고 광야에 머물렀지만, 그들의 땅은 가나안이었습니다. 우리도 비록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지만, 우리의 목표는 영원한 나라 천국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외국인과 나그네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디아스포라들이지요.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나라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나그네 영성, 외국인 영성, 디아스포라의 영성으로 살아야 합니다.

    나그네 정체성을 지켜야 합니다. 독일 베를린에는 웅장한 위그노 돔 교회와 박물관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위그노의 유적과 역사가 생생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위그노와 그의 후손들은 수백 년 동안 독일에 정착해서 살고 있지만, 자신들이 위그노임을 잊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그곳에서 독일인으로 살아오면서 주류 사회에 진출하고 안정된 삶을 이뤘지만, 자신들이 누구인가를 잊지 않았습니다. 현지인들에게 흡수되지 않았습니다. 정체성을 지키려면 자신들의 고국과 역사와 문화와 신앙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프랑스에는 만오천 명의 한국인 디아스포라가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으로 생활합니다. 개중에는 현지화를 위해서 한국말과 문화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프랑스인들이 한국말과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한국인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은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프랑스인이 되는 건 아닙니다. 디아스포라는 현지에 깊이 들어가야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내야 그 가치를 인정받고 환영받습니다.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에서 주류 사회에 진출하지만, 유대인 공동체와 절기를 지키며 정체성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나그네는 언제든지 떠날 생각으로 살아야 합니다. 유대인은 과일 장사, 보석 사업을 했습니다. 박해가 오거나 조국으로 돌아갈 날이 오면 언제든지 사업을 정리하고 떠나기 위해서지요. 하늘나라 디아스포라는 삶의 무게를 가볍고 단순하게 해야 합니다. 주님이 부르시면 미련 없이 삶을 정리하고 떠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돌아갈 나라를 늘 기억해야 합니다. 이땅의 삶에 취해서 살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