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
고전 6:20
중세교회 성도들은 ‘어떻게 해야 구원을 얻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들은 구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온 마음을 쏟으며 인생을 소모하고 있었습니다. 교회와 성직자들은 고행, 성지순례, 면죄부 등을 구원의 방법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이 사람들을 죄와 죄의식으로부터 해방해주기는커녕 더 깊은 절망에 빠지게 했고 오히려 교회와 성직자들의 권력만 강화해줄 뿐이었습니다.
루터도 이 문제로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비텐베르크 어거스틴 수도원의 탑에 있는 조그만 연구실에서 시편과 로마서를 연구하던 중에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른 바 ‘루터의 탑 체험’으로 내용은 ‘복음 안에는 하나님의 의가 있고, 이 은혜의 선물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면 구원에 이른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구원의 문제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미 해결해 놓으셨다는 사실을 믿기만 하면 된다는 진리를 깨달은 겁니다. 이것이 기독교 역사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러고 나서 ‘구원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이제부터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또 하나의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방어적인 소극적 질문에서 매우 적극적인 질문으로 바뀐 겁니다. 이 질문에 대해 종교개혁 2세대를 이끈 장 칼뱅이 간단하지만 강력하게 답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라.” 바로 종교개혁 5대 강령 중의 하나인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입니다. 이 강령 하에서 살아가는 개혁교회와 성도들의 삶은 겸손하고 적극적이며 창조적이고 헌신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은혜를 받은 사람은 은혜에 합당한 자발적 삶을 살게 되어 있습니다. 자발적 삶은 엄청난 에너지를 창출합니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은 우리를 자발적 겸손의 자리로 이끕니다. 결코 자신을 드러내거나 자랑하지 않습니다. 오직 주님만 자랑합니다. “저는 무익한 종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고 고백합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장 칼뱅은 많은 업적을 남긴 위대한 종교개혁자이지만 늘 자신을 낮추고 감췄습니다. 죽음의 순간마저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시간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임종을 마주한 이들에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라며 살아라. 나의 무덤은 작게 만들되 묘비를 세우지 말고 장례식은 간소하게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겸손한 삶을 살다가 주님께로 돌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