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의 신촌 세브란스병원 수술실과 중환자실에 들어가면 누워있는 환자들의 눈이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장소에 몇 개의 성경 구절이 쓰여 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도우리라.”(사 41:13) “생기가 그들에게 들어가매 그들이 곧 살아나서”(겔 37:10)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요 14:27)
    평소에는 그저 지나칠 수 있는 구절이지만 몸과 마음이 가난해질 대로 가난해진 환우들에게 그 구절은 생명줄과 같다. 수술을 앞둔 환우에게 하나님이 말하신다. “두려워 말라!” 그 구절을 보고 눈물이 핑 돌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는 환우들이 많다.
    수술실에서는 새삼 인생이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가 잘하려 해서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술 집도의에 의해서 내 삶이 결정된다. 인생이 노력과 공적이 아니라 오직 은혜로 살아진다는 것을 깨닫는 겸손의 장소다.
    중환자실에서는 옆에 있는 환우들의 죽음을 목도하기도 한다. 불시에 닥칠 그날을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복잡하지 않게, 단출하게, 사랑하며 살아야 함도 깨닫는다. 그러면서 한번 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생명의 주인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것이리라. 그분이 우리를 도우시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시며, 평안을 주신다. 오직 주님과 함께 하는 것만이 영원히 남을 것이다.
    오늘도 전국의 병원에서 사투를 벌이는 환우들과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소망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도우리라.”

기록문화연구소장
이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