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봄이 왔지만, 봄날의 따스함은 온데간데 없다. 옷장 깊이 넣어 두려던 겨울 패딩을 챙겨 입고 찬 바람을 피하려고 옷깃을 여미며 길을 나선다. 이런 프랑스 날씨의 변덕스러움에 익숙해졌지만, 봄날을 마음껏 누리지 못한다는 게 왠지 아쉽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온이 심상치 않다. 이러다가 따스한 봄날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마저 든다.
    그래도 우리 마음에는 어김없이 봄날이 찾아온다. 기후변화와 날씨의 변덕이 막아서지 못하는 따스한 봄날이. 을씨년스런 한 주간을 보내며 어린 시절 고향에서 느끼던 봄날을 추억했다. “날씨가 무슨 대수인가? 내 마음이 봄 날씨처럼 사랑으로 따스해지면 되는 거지.” 이미 왔으나 아직 오지 않은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는 이에게 정호승 시인의 <봄길>을 교우들과 나누고 싶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