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소금을 넘기고 싶을 때가 있다
밥 먹을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스스로에게 다그치며
굵은 소금 한 숟갈
입 속에 털어넣고 싶을 때가 있다
쓴맛 좀 봐야 한다고
내가 나를 손보지 않으면 누가 손보냐고
찌그러진 빈 그릇같이
시퍼렇게 녹슬어 있는 달을 올려다보며
내가 나를 질책하는 소리,
내 속으로 쩌렁쩌렁 울린다
이승이 가혹한가,
소금을 꾸역꾸역 넘길지라도
그러나 아비는 울면 안 된다

(김충규·시인, 1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