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봉우리가 폭발하여
불흙에 손발이 묻히고
땅이 갈라져
얼음바위가 등허리를 덮치고
마침내 최후의 순간
그때 비로소 저 밑의 지하에서
한껏 부풀은 씨앗이 터지고
강철을 밀치며
희망은 한 뼘씩 올라오는 것이다

누군가
절망을 던져놓고
우리들을 시험하는 것이었으니
넋을 놓고 주저앉아 있거나
어둠 속으로 달아날 일이 아니므로
오랜 가뭄에 단비처럼 동참하라
흔쾌히 못에 박혀 피를 흘려라

지상에 닿은
비 한 방울에도
무덤에 적신 피 한 방울에도
화들짝 깨어나는 목숨이 있으니
그 모든 절망은
씨앗을 가득 담고 있는
우주를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김종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