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

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윤수천 (194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