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감겨 주십시오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아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을지라도
나는 당신 곁에 갈 수 있습니다.
또한 입이 없어도
나는 당신에게 애원할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어 주십시오
나는 당신을 마음으로 더듬어 품을 수 있습니다.
내 심장을 멈추어 주십시오
나의 뇌가 맥박칠 것입니다.
만일 나의 뇌에 불이라도 사른다면
나는 나의 피로써 당신을 운반할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1875~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