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지 않으며
떠벌리지 않으며
앞세우지 않으며

다투지 않으며
얕보지 않으며
굽히지 않으며

숨길 것 없으며
말할 것 없으며
꾀부리지 않으며

불꺼진 밤에
한 점 빛이고자
밀알처럼 썩는 아픔과
기쁨을 누리고자
오직 이름 없이 살기를 원한다

진실로 죄 지은 이의 짐을
지고 가는 지게이고자

남을 복되게 하여 놓고
맨 나중에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끝내
자신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떠난다


(작자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