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보다 부지런히 새보다 착하게 살았습니다.
풀 속에 개구리 한 마리 밟지 않았구요. 징그런 뱀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배추밭에 벌레한테는 얼른 먹고 나비가 되거라 그렇게 살았습니다.
지금은 수요일 밤 변소에 앉아 교회 종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가야 하는데, 교회에 가야 하는데, 저는 똥이 나오지 않습니다.
버려야 할 걸 버리지 못하고 어찌 하느님 앞에 두 손 모으겠습니까.
아무리 힘주어도 나오지 않는 그것이 똥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용서하세요 하느님. 오늘도 교회에 못 갈 것 같습니다.
제겐 급한 일이 똥을 누는 일입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긴급 사항입니다.

(김종구·시인,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