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프랑스 총회장 일행과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교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는 중에 서울역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차를 기다렸다. 그때 옆 좌석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던 한 자매가 자신의 소지품을 그대로 두고 자리를 비웠다. 그 모습을 본 울리히 목사님이 놀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게 가능한가요?” 파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게 가능합니다. 상당시간 자리를 비워도 없어지지 않아요.” 그러자 그는 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한국은 CCTV덕분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정직하게 사는 습관을 배웠어요.”라고 말해주자, 그제야 그는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에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다방이나 커피숍에 물건을 두고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그곳에 있는 재떨이나 설탕도 없어지는 게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여유로워진 생활도 이유지만 CCTV라는 시스템이 우리의 습성을 바꾼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시민의식도 성숙해졌다.
미국 고등학교에서도 시험 감독관 없는 제도를 도입했다. 학생들의 양심을 신뢰하며 만든 이 제도를 “명예 시스템(Honor system)”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자신의 명예를 지키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초기 조사에 의하면, 100명 중에 7명 만이 자신의 양심을 지켜 커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93%는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그래서 “명예 서약. 자율적 감시와 보고, 명예 위원회” 등을 만들어 이 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인들은 자율적으로 정직한 삶을 살게 되었다.
사람은 스스로 정직해지기 어려운 존재다. 우리 속에 타락한 죄의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시스템에 의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우리도 어느 사이에 자율적으로 정직하게 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40년 광야 훈련을 통해서 노예 근성이 빠지고 하나님의 뜻을 스스로 따르는 자율적 존재로 성숙해졌다.
우리의 영적생활도 다르지 않다. 영적 멘토의 지도와 가르침, 말씀 묵상과 예배와 훈련을 통해서 성장하고 성숙하게 되고 어느 날에는 우리도 영적 오너 시스템에 맞는 자율적 그리스도인이 될 것이다.
여러분을 섬기는 종 성원용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