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언제나 아름답지만, 우리의 삶은 언제나 치열하다. 복잡한 지하철 속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행정 절차 속에서, 예기치 않은 유혹과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고단한 나그네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럴 때면, 동양의 지혜자 공자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말했다.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인자불우, 仁者不憂),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으며 (지자불혹, 智者不惑)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용자불구, 勇者不懼)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는다. 파리에서 삶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서류 하나가 늦어지고, 절차 하나가 꼬이면, 우리 마음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하지만 “어진 사람”, 곧 사람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은 인생의 파도 앞에서도 근심에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직면한 문제보다 우리가 의지하고 사랑하는 하나님이 더 크심을 알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는다. 파리는 유혹이 많은 도시이다. 비교의 유혹, 성공의 유혹, 또한 정체성을 흔드는 다양한 목소리.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 사람인지를 알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진정한 지혜는 삶의 방향에서 나온다. 시선을 하나님께 고정하면, 수없이 들려오는 소리에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려움은 언제나 지나치게 만든다. “이 일은 안 될 것이다. 나는 부족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우리 마음에 밀려온다. 하지만 용기는 밀려오는 두려움을 헤치고 한 걸음씩 내딛는 마음이다.
이와 같이, 파리에서 이방인으로 광야의 길을 걷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지혜와 용기이다. 그리고 그것을 주시는 분은 하늘 아버지시다.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는다. (요일 4:18)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에 빛이시다. (시 119:105)
강하고 담대하라, 내가 너와 함께함이라. (수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