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초겨울, 나는 13년 만에 올리비에 목사를 다시 만났다. 그는 한불 선교협력의 자리에서 늘 겸손하고 진지하게 역할을 감당하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파리 마레 교회(Église du Marais)의 담임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교회 구석구석을 천천히 걸으며, 이 교회 안에서 태동한 “Attestant” 운동을 들려주었다. 그는 이 역사적인 공간 안에서 새로운 복음 운동 ‘Attestant’을 일으키며, 세속화된 프랑스 사회 속에서 다시 성경으로, 다시 선교로 돌아가려는 변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세속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프랑스 교회와 사회를 다시 복음의 빛으로 일으켜 세우려는 작은 불씨였다.
    그 운동이 지향하는 두 가지 핵심은 단순하지만 본질적이었다. “첫째, 교회와 성도는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둘째, 교회는 선교적 존재로 살아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두 명제, 하지만 교회가 교회이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할 중심이다.
    그는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선교하지 않는 교회는 교회이기를 포기한 교회입니다. (L’Église Sans Mission est une Église Démissionnaire.)” 선교 없는 교회는 존재의 이유를 내려놓은 교회,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스스로 포기한 교회라는 말이다. 그의 눈빛 속엔 그 말의 무게만큼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이것은 프랑스 개신 교회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깊이 새겨 들어야 할 교훈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조용히 기도했다. “프랑스 교회가 다시 성경적 교회가 되게 하소서. 프랑스 교회가 다시 선교적 교회가 되게 하소서. 그리고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사명을 잊지 않는 증인의 삶을 살게 하소서.”
    오랜 친구와 나눈 짧은 대화는 내 마음에 다시금 선교의 불을 당겼다. 하나님은 여전히 이 땅에서, 이 도시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작은 이들을 통해 그분의 선교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계신다.

『예수께서 또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 (요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