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겨울은 유독 길고 깊게 느껴진다. 며칠째 부슬비가 내리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으스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몸을 움츠린 채 종종걸음으로 카페 앞을 지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낭만의 도시 파리’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진다. 그저 음산하고 무거운 공기만이 도시를 짓누르고 있다.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이곳의 경제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치솟는 물가와 팍팍 해진 살림살이로 인해 파리의 궂은 날씨처럼 우리의 마음도 무겁고 스산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대림절을 보내고 있다.
대림절(Advent)은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절기이다. 이맘때면 나는 어린 시절 시골 교회에서 보냈던 성탄의 풍경을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곤 한다. 내 고향의 겨울은 눈이 참 많이 내렸다. 우리는 그 눈을 맞으며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동리 입구에서 성탄송을 부르고, 성도들의 가정을 방문해 주님의 탄생 소식을 전했다.
새벽 3시경이 되면, 산골 마을 노(老) 권사님 댁에 도착한다. 그 집 앞에 서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시는 권사님의 모습이 등잔불 빛을 받아 창호지 문에 그림자처럼 새겨진다. 그 모습이 얼마나 경건하고 아름다웠던지…. 우리가 성탄의 노래를 마치고 성탄 소식을 전하면, 권사님은 미리 준비한 과자 선물을 한아름 들고나와 나누어 주시며 꽁꽁 언 우리의 손을 일일이 잡아 주셨다. 눈 내리는 차가운 밤, 그 훈훈했던 장면은 내 마음속에 한 폭의 성화(聖畫)처럼 남아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파리의 우울한 날씨와 위축되는 경제적 상황은 어쩌면 그 옛날 춥고 캄캄했던 ‘어두운 밤’과 닮아 있다. 하지만 낙심할 필요는 없다. 별은 어둠이 짙을수록 더욱 영롱하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창호지 문 너머 은은하게 비치던 권사님의 등잔불이 추위에 떨던 어린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듯이, 생명의 빛으로 오시는 예수님은 경제적 한파와 마음의 근심 속에 있는 우리를 찾아와 위로와 힘을 더해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사 9:2) 『흑암에 행하던 백성이 큰 빛을 보고 사망의 그늘진 땅에 거주하던 자에게 빛이 비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