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은 “듣는 신앙”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선포되고, 우리는 그 말씀을 듣는다. 그때 믿음이 생겨나고 구원에 이르게 된다. 특히 우리 개신교회는 이것을 강조한다. 그러다가 우리가 놓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보는 신앙”이다.
    예수님의 성육신은 우리의 신앙을 듣는 차원에서, 보고 체험하는 차원으로 인도한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보이고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오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한 신앙은 듣는 신앙이면서 동시에, 보는 신앙이어야 한다.
    나는 개신교회의 입장에 따라 동방정교회의 아이콘을 기독교 신앙을 오염시킨 성상숭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콘의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보면서 “참 이상한 그림”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던 중에 “아이콘의 신비한 언어(The Mystical Language of Icon)”이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그 속에 담긴 순수한 의도와 신학적인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 후, 아이콘을 보고 읽어내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아이콘은 ‘듣는(聽)’ 신앙을 넘어 ‘봄(視)’의 신앙을 드러낸다. 아이콘은 계시 앞에 머무는 “눈의 신학”의 상징이다. 아이콘의 신학적 근거는 예수님의 성육신이다. 아이콘은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게 그려서 보이게 한다.
    아이콘은 의도적으로 사실주의를 거부한다. 원근법은 뒤집히고(Reverse Perspective), 빛은 외부에서 비추지 않으며(Uncreated Light), 인물의 비례는 현실과 어긋난다. 이러한 ‘왜곡’은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신학적 선택이다. 아이콘은 깊이의 환상을 제거함으로써, 관람자를 그림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오히려 그림이 관람자를 바라보게 한다. 동시에, 관람자는 아이콘의 눈을 바라보며 그 얼굴의 원형인 예수님께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아이콘은 세상이 도달해야 할 영원을 향해 열려 있는 창(window) 이 된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요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