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미국을 다녀왔다. 미국 땅을 밟을 때마다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한다. 끝없이 펼쳐진 넓은 대지, 물질적인 풍요로움, 그리고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나의 시선을 사로잡곤 한다. 
    그러나 짧은 여정을 마치고 다시 프랑스 파리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미국에 비하면 파리는 좁고 불편하며 속도도 느리다. 하지만 이 골목 마다 세월이 빚어낸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깊은 역사와 저마다의 이야기가 흐른다. 이 도시에서 한 평생을 보내며 사역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과분한 은혜로 다가올 뿐이다. 내가 머무는 이 땅을 사랑하고 여기서 일하게 하신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파리의 아름다움에 푹 젖어 있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아름다운 도시도 결국 나의 영원한 거처는 아니다.» 우리는 본향을 향해서 가는 나그네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현재의 삶에 취해서 본향을 잊고 산다. 파리가 아무리 아름답고 좋아도 이곳은 주님께서 예비해 두신 진짜 집으로 가기 전에 잠시 하룻밤 머무는 나그네의 임시 숙소일 뿐이다.
    나그네는 머무는 자리에 영원히 살 것처럼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잠시 텐트를 치고 그곳의 풍경을 누리며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다가 새벽이 오면 다시 짐을 꾸려 떠날 준비를 하는 법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이 삶의 자리에서 마음껏 기뻐하고 감사하며 맡겨진 사명에 최선을 다해 살아내자. 그러나 우리의 신분은 본향을 향하여 가는 나그네임을 잊지 말자.